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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소녀를 내려주고 그들이 순순히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검은 코트의 남자는 떨어진 곳에서 계속해서 둘을 주시하라고 리즈 회장에게 명령을 받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운전자는 좀 떨어진 곳에서 언제든지 연락 받으면 태우러 올 수 있도록 대기했다.

이윽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검은 코트 입은 남자는 자신의 기척을 철저히 숨기고 그들의 뒤를 밟았다.

「모르페라면 그 노파가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말이야.」

리즈 회장은 방을 나서기 전 검은 코트의 남자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을 미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미행하는 대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쫓는 대상은 그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나왔을 때 마주쳤던 노파였다.

어째서 그 노파를 쫓는 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그 노파가 자신들이 찾는 그 노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검은 코트의 남자는 그 둘이 목적의식을 명확히 하려 머뭇거리는 사이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기척을 숨기고 그들보다 앞서 노파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인 지하철로 노파가 향하는 이유는 구걸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생각했지만 속단은 금물이었다. 그는 노파의 동선이 구걸을 목적으로 하기에 너무 단순한 데에서 분명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 예측하고 대담하게 미행 대상을 앞질렀다.

앞지름과 동시에 노파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재빨리 파악했다. 지하철 출구. 그는 그곳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고 계단이 잠시 끊겨 긴 통로가 이어지는 부분에 노인 남성이 한 손 들이 작은 바구니를 앞에 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품에서 소형 카메라로 그 노인의 얼굴을 촬영하고 대기 중인 운전수에게 전송하며 연락을 취했다.

『뭐야, 이 지저분한 노친네는.』

“인적사항을 확인해.”

『지미 하퍼. 2438년 7월 9일생. 행성 케바 신(新) 코레이 주(州) 사이페이요우 시(市) 출신…』

“그런 너절한 거 말고 간단히 특기할만한 사항 말이야. 이 멍청아.”

『…. the People 은행 지점장이었는데, 1년 전에 잘렸어.』

“좋아. 지금 내 위치 확인 되지?”

『지하철 메이프역 4번 출입구로 가는 계단이군.』

“그래, 지금 4번 출구로 와줘.”

『OK.』

통신을 끊고 그는 그 노인에게 다가가 50온 동전을 바구니에 떨어뜨리며 지나갔다. 노인은 감사의 인사도 없이 그저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가 적선한 50온짜리 동전에는 초소형 도청기가 부착돼 있었다. 그는 출구를 나와 적당히 가까운 곳에서 대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파와 노인의 대화가 귀에 장착한 나노 스피커를 통해 들리기 시작했다.

‘그랬군.’

얼마 지나지 않아 노파의 목적을 알아냈다. 좀 전에 레스토랑을 나와 잭이라는 청년에게서 받은 백 크론 지폐가 위조지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것. 그 노인은 그걸 알아보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요한슨 부인. 도망쳐요. 위폐는 아니지만 찢어버리고 달아나요. 당장.』

‘지금이군!’

그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빨리 손수건에 마취제를 묻혔다.

『어째서…』

『이건 발신기예요. 누군가 미행하는 사람 없었습니까?』

‘여기 있지.’

『설마!』/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나노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와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동시에 그의 고막을 울렸고, 그는 그 순간에 마취제 묻힌 손수건으로 노파의 입을 막았다. 노파는 저항했지만 이내 잠들었다. 그는 앞에 앉은 노인에게 소음기 달린 권총으로 저승행 열차 티켓을 끊어주었다.

순조로웠다. 곧 그는 주변의 시선을 끌지 않게 노파의 한 쪽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쳐 부축하듯 걸어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는 차에 연락을 취했다.

“도착했나?”

『거의.』

“그런 어정쩡한 단어 말고 거리로 말해.”

『100미터.』

출입구 바로 앞에서 마냥 차를 기다렸다간 모르페가 언제 나타나 ‘노인네를 부축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하며 답례로 칼집을 먹여줄지 모른다. 검은 코트 입은 남자는 가만히 차를 기다리는 대신 최대한 출입구에서 멀어지기 위해 조금 걸었다. 차는 곧 도착했고 그는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재빨리 노인을 안아서 집어넣듯이 뒷좌석에 깊숙이 태우고 자신도 그 옆에 타 차 문을 닫았다. 간발의 차로 달려온 사람에게 차 문을 닫는 걸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 운전자는 급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달려온 그 사람을 떨쳐내지 못했다. 속도를 더 높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차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건 무슨 안드로이드인가!?”

차를 쫓던 사람은 결국엔 차 뒤 트렁크를 칼로 찍어 매달렸다. 그걸 떨어뜨리려 핸들을 좌우로 마구 돌려 차를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잭 더 리퍼!”

뒷좌석에 앉은 검은 코트 입은 남자가 차 유리 너머로 차에 매달린 남자를 보고 무심결에 이렇게 말했다. 잭은 팔로 몸을 당겨 차 유리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걸 저지하려 검은 코트 입은 남자는 총을 쐈지만 사고만 더 크게 일으킬 뿐 소용없는 짓이었다.

잭이 던진 나이프가 차 앞 유리를 깨버려 시야가 가리자, 결국 차는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차 지붕 위로 무언가가 쿵하고 떨어졌다. 차가 충돌한 충격으로 뒤에 매달리던 잭이 그리 된 모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운전수는 다친 데 없이 무사히 차에서 내렸다. 운전수의 도움으로 검은 코트 입은 남자는 노파를 데리고 그 장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자신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대상에게 선물을 박아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노파를 업고 가까운 곳에 예비로 배치해둔 차량을 향해 달렸다. 사고로 인해 수습해야할 부분은 리즈 회장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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